- 학대받는 아이 쉽게 알아봐
- 신고 쉬워지면서 건수 급증
- 주변의 관심이 근절 지름길
- 부모 위협에 직원 이직 잦아
최근 아동학대 관련 보도를 보면 빠지지 않는 말이 훈육이다. 학대 가해자인 부모는 아이가 바르게 잘 자라기 위해서는 훈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방법이 체벌이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훈육의 방법으로 체벌을 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이진희(39) 관장에게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물었다.
이 관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아동학대 신고 전화번호도 범죄신고인 112로 바뀌었다. 아동학대가 엄연한 범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고 위험에 처한 아동을 보다 빨리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 누구나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신고해야 한다. 그래야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아직도 한국에서는 아동학대를 가정사로 치부하고 있다"며 "감정이 실린 상태로 아동을 체벌하면 학대로 봐야 한다"고 아동학대 개념을 규정했다.
몸에 상처를 남기는 폭력과 함께 정서적인 폭력도 학대다. 그는 최근에 아이를 맨발로 집에서 쫓아낸 사건을 그 예로 들었다. "그것도 명백한 학대다. 부모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더 심하게 맞고 컸다며 그것은 훈육의 일부이지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위험하고 잘못된 인식이다."
이 관장은 "부모가 자신의 양친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학대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부모에 대한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학대 가해자인 부모들도 법적인 처분에 따라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대받는 아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몸에 상처가 있고 대개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 머리를 잘 감지 않아 냄새가 난다든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것 등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 관장은 "학교에 이유 없이 결석을 자주 하거나 준비물을 제대로 가져오지 않는 것도 학대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장기결석 아동을 추적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대받는 아이들을 줄일 수 있다."
그는 "보호기관에서 집계한 결과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3년 497건에서 2014년 800건, 2015년 900건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돼 누구든지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인지하면 신고할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가 심해지는 경향도 보이지만, 이는 종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아동학대가 신고 활성화로 표면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관장은 "어쨌든 아이들을 학대에서 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장은 직원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아동학대로 가정에서 자녀를 분리하면 부모가 협박전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언어폭력으로 직원들을 괴롭힌다. 이런 정서적 폭력 때문에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더 매달리게 된다."
그는 2000년부터 복지 분야 중에 주로 아동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인천사회사업재단이 지난해 4월부터 동부와 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맡으면서 같은 시기에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으로 부임했다.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해운대, 기장, 연제, 금정, 동래구까지 총 5곳을 관할한다.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5월 새로 생겨 북구, 강서구, 사상구, 부산진구를 맡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부산시종합센터 담당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